말레이시아의 전자화폐 혁명

우버(Uber)와 그랩(Grab)이 교통 업계를 재편했듯이, 전자화폐 사업자들이 은행과 같은 전통적인 금융 회사에 위협적인 존재가 되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첫 째, 결제대금에 일정한 수수료를 부과하는 말레이시아의 다른 은행과는 달리, 전자화폐 발행기관은 거래나 결제에 대한 수수료를 일체 부과하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말레이시아 은행은 최근 타행 이체 수수료와 타행 지로 수수료 등의 결제수수료를 낮추는 방법으로 경쟁사의 위협에 대처해오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전자화폐 사업자는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그랩 페이(Grab Pay) 서비스는 그랩 택시 호출 서비스의 성공에 힘입어 출시되었으며, 차량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존 고객 기반을 자연스럽게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그랩 페이 서비스 이용자들은 그랩 페이의 자금 이체 및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여 요금 납부를 하고, 음식 배달을 시키며, 차량 호출을 하고있는 것입니다. 말레이시아의 전자화폐 사업자들은 전자 지갑 이용자들이 쇼핑을 하면 캐쉬백이나 할인 서비스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고객 유치를 위해 경쟁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전자화폐는 은행에서 발행한 신용카드와 달리 '유효기간'이 따로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오늘날 쇼핑을 하는 사람들은 온라인이든 오프라인 매장이든 전자지갑을 이용해 불편함 없이 모바일로 결제하는 것을 선호하는데, 그 이유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가 제공하는 여러가지 특별 기획 상품, 할인 제품, 할인 쿠폰 및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화폐 시장에 대한 전망 자료에 따르면, 2022년에는 모바일을 통한 거래가 전 세계 전자상거래 매출 전체의 70%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⁴. 향후 5년간 디지털 결제 금액은 지금보다 2배로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2021년에는 어플을 통한 결제가 웹사이트를 통한 결제 수치를 훨씬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결제 단말기에 갖다 대면 바로 결제되는 방식인 탭 앤드 페이(tap and pay)의 거래량은 3위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⁵. 이는 디지털 화폐를 이용한 결제가 증가함과 동시에 신용카드 결제금액은 줄어들 것임을 말해줍니다.

전자화폐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넘어야 할 산은 많습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전자지갑의 한도입니다. 말레이시아 전자화폐 지갑의 한도는 최대 한도인 1,500 링깃과, 200링깃 등 2가지 종류만 존재합니다. 이와는 달리 은행이 발행하는 신용카드는 한도가 훨씬 높기 때문에 전자화폐 사업자는 사용금액을 크게 성장시킬 수 없는 실정입니다.

또 다른 장애물은 전자화폐 사업자 입장에서는, 각기 다른 장치에 철저한 보안과 호환성을 유지하는 기술력과 동시에 상거래 업자들도 충분히 보유하고 있어야지만 전자지갑 이용자를 고객으로 유치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용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전자화폐가 많은 상황이기 때문에, 전자화폐 사업자들은 캐시백이나 리베이트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사용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그러나 사업 유지를 위해 많은 자본을 소비하는 이러한 전략⁶은 장기적으로 볼 때 관련 산업의 통폐합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말레이시아에는 전통적인 은행 결제시스템을 이용하는 고객이 여전히 많다는 점입니다. 2018년 PwC  말레이시아가 진행한 고객 설문 결과에 따르면 단 22%의 응답자만이 전자지갑을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변을 했습니다. 전자지갑을 사용하게 된 가장 큰 세 가지 이유는 프로모션, 편리성, 전자 영수증이었으며, 사용하면서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가맹점 부족, 보안 시스템에 대한 우려 그리고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불편함이라고 답변했습니다.

모바일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 전자화폐 사업자들은 산업에 다음과 같은 부가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1. 자동 납부, 상품주문 및 배달, 기타 서비스에 대한 니즈 등에 대한 고객 데이터를 활용하여 개인에게 맞춤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또한, 멤버쉽 프로그램을 기존 서비스에 융합시킬 수 있고, 고객에게 소비지출 패턴을 알려주는 서비스를 선보일 수도 있습니다.
2. 금융, 보험, 헬스케어, 여행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는 원스톱 디지털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3. 일자리를 창출하며, 전통적인 은행 대비 저렴한 비용으로 결제 서비스를 수익화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비은행권 전자화폐 사업자의 부상은 말레이시아 은행에 큰 위협이 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은행도 자체적인 전자화폐를 발행하며 대응해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산규모 면에서 말레이시아의 최대 은행이라고 할 수 있는 메이뱅크(Maybank)는 MAE라는 전자화폐를 출시하였고, 모바일 결제 솔루션인 메이뱅크 QR 페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주요은행인 CIMB 은행은 전자화폐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알리바바 그룹의 앤트파이낸셜(Ant Financial)과 은행 계열사인 터치 앤드 고우 (Touch ‘n Go)와 공동 제휴사업을 시작하였으며, 이제 말레이시아 고속도로 통행료를 지불하는 유일한 전자화폐로 시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자화폐의 도입으로 은행은 비용절감을 꾀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전자화폐 결제를 더 많이 사용하고, 지점을 통한 은행업무와 요금납부에 대한 필요성이 적어짐에 따라 은행  입장에서는 지점관리, ATM 보급, 결제단말기에 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요약하자면, 전자화폐는 디지털화 흐름의 하나의 양상이며, 다른 모든 변화와 마찬가지로 기존 사업가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도태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이러한 디지털 분야의 파괴적 혁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기업에게는 성장의 기회가 주어질 것입니다. 비은행 금융권과 은행간의 싸움에서 최종 승리는 최고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고, 고객 신뢰를 형성하며 가장 좋은 혜택을 고객에게 돌려줄 수 있는 자에게 돌아갈 것입니다.